달러/원 환율은 1일 1350원대 중반으로 폭등해 13년 4개월 만의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전일비 4.4원 높은 1342.0원에 개장한 환율은 17.3원 큰 폭 상승한 1354.9원에 최종 거래돼 종가 기준 2009년 4월28일 이후 최고치에
서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통화 긴축과 미-중 갈등 악화에 투자심리가 무너졌다. 미국 규제 당국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인
공지능 주력 반도체 2종의 대중 수출 중단 명령을 내려 관련 주가는 급락했고,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1% 하락했다.
이 같은 여파에 국내 반도체 주가 급락 속 코스피는 2.28% 급락했다. 또한, 8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5.5% 늘어 석 달 연속 한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데다 무역수지가 95억달러 적자로 월간 최대를 기록한 영향도 있었다. 8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동월비 7.8% 줄어 26개
월 만에 감소했다.
미-중 갈등 확대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 속 국내 수출 둔화와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 소식까지 전해지자 달러 매수심리는 촉발됐다. 개장
가를 일간 저점으로 이후 환율은 빠르게 오름세를 탔다.
유럽 8월 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9.1%로 전월 8.9%, 전망치 9%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9월 유럽중앙은행(ECB)
의 75bp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되며 유로가 지지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주요국 고강도 통화 긴축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위험 회피 심리 확산에 달러는 강세 압력을 키웠다. 이에 달러지수는 재차 109선으로 올랐다.
전날 중국인민은행의 달러 매도 개입 추정 속에서 속락했던 달러/위안은 오늘 반등 탄력을 키웠다.
차이신/마킷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7월 50.4에서 8월 49.5로 하락하는 등 예상 밖으로 수축세를 보였다. 또한 중국 청두시가
코로나 확산에 따른 전수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조치에 대한 우려가 위안화를 압박했다. 또한, 대만 국
방부는 대만과 중국 사이 진먼에서 미확인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히면서 지정학적 불안도 떠올랐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36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선물은 약 8천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국내외적으로 롱 재료가 몰려나오자 달러/원 환율은 이날 레벨 부담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상승세를 탔다. 전날 과도하게 급락했던
반작용도 영향을 미친 가운데 역외를 비롯한 커스터디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 급등에 따른 네고도 나왔지만, 두터운 달러 매수세로 인해 환율 상단은 쉽게 뚫렸다. 당국의 미세조정이 일부 추정되기는 했지만
시장 영향은 크지 않았다.
한 은행 외환 딜러는 "네고가 있었지만 비드가 강해 다 소화됐다. 마로 추정되는 비드세에 환율이 생각보다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외환 딜러는 "커스터디 매수세와 역외 숏 커버 성 매물이 환율을 끌어올렸다. 국내 지표도 이제 점점 안 좋게 나오는데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버슈팅 국면이지만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뚫고 올라가니 물량이 적극적으로 나
오지 않고 있다. 시장에 대한 긴장감을 높게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