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달러-원 환율은 1,400원 부근에서 한산한 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전일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원화 약세는 제한적이었다. 금통위가 다가올수록 금리 인하 전망이 급부상하기는 했지만(연합인포맥스가 지난 26일 송고한 '고환율 지속되지만…한은 금리 인하 장애물 못 돼' 기사 참고) 외환(FX) 딜링룸에서는 '정말 이 레벨에서 인하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실제로 금리 인하 소식 이후 1,390원대 초중반에서 거래되던 달러-원 환율은 3원가량 속등했고 FX스와프 시장에서도 장기물 중심으로 롱스탑이 나왔다. 딜러들의 예상을 벗어난 금리 인하에도 달러-원은 결국 하락 마감했다. 외환당국의 섬세한 '아트'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396원 부근에서 꾸준히 달러 매도세가 유입됐다. 이창용 총재는 금리 인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변동성 대응에 하나의 원칙이 없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한다면서 그런 이유에서 통화정책은 과학이 아니라 '아트(예술, art)'라고 말한 바 있다. 외환보유고도 충분하다며 변동성에 대응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환율 변동성 완화에 주효했던 외환당국의 '아트'가 지속될 수 있다. 외환딜러들은 특별히 달러-원의 하락 요인은 찾을 수 없다면서도 생각보다 매수-매도 물량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연기금의 자산군 리밸런싱 수요가 꾸준히 나오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의 상대적인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이러한 리밸런싱 수요는 연말까지는 꾸준히 나올 수 있다. 특히 역외 헤지펀드들이 북 클로징에 들어가면 수급은 생각보다 아래로 변할 수도 있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코스피를 2거래일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했다. 누적 순매수 규모는 2조2천억원이다.
간밤 미국 금융시장은 추수감사절로 휴장하면서 외환시장은 한산했다. 달러 인덱스는 106.1선에서 횡보했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도 달러-원은 큰 변화가 없었다. 달러-원 1개월물은 1,394.4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35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395.60원) 대비 0.15원 오른 셈이다.
이날 아시아장에서도 특별히 예정된 경제 지표는 없다. 도쿄 지역의 물가 지표 정도가 주요 관심사일 수 있다. 일본의 전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일본은행(BOJ)의 금리 결정 이후에 발표된다. 속보치 성격의 도쿄 CPI가 BOJ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늠해줄 수 있다. 장을 마치고 난 뒤에는 유로존의 전체 CPI가 나온다. 예상보다 낮다면 유럽중앙은행(ECB)의 50bp 금리 인하 기대가 재점화되며 달러가 반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