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4일 거의 9개월 만의 최대 하루 낙폭을 기록하며 '빅 피겨'인 1100원을 뚫고 내려온 지 하루 만에 1080원 선
에 다가섰다.
미국 의회에서 재정 부양책 합의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이 거센 재확산 소식을 덮으며 달러지수가 하
락하고 전 세계 위험자산 가격이 연일 기록적인 상승을 펼치고 있다.
전날보다 4.5원 낮은 1092.5원에 출발한 달러/원 환율은 계속되는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수 및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 속에 속락해 곧바로 1090원 선에 머물다가 점심시간 무렵 빠른 하락을 재개해 1시간 반 만에 5원이나 추가 하락했다.
달러/위안도 속락해 달러/원 환율 하락 분위기를 부추겼다.
이후 당국 경계감과 소강상태 조짐을 보인 코스피 움직임을 보며 머뭇거리던 환율은 하락세를 유지해 결국 하루 만에 14.9원
이나 하락한 1082.1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은 올해 3월 하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당국 대응이 생각보다 강경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환율 하락은 이어졌다.
한 은행 딜러는 "당국이 아주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느낌은 아니었다"라면서 "당국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데 다음 주는 당
국이 어느 정도 하단을 지지할지 태핑할 듯하다"라고 말했다.
미국 등 주요국 통화 및 재정 당국이 자산가격 급등에도 실물 경제가 회복세를 확보할 때까지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폭넓게 전망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소식은 백신 기대 속에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
치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4일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600명을 넘으며 2월 말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으나, 금
융시장에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호재는 받아들이고 악재는 외면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공급 우위가 속속 확인됐다. 한
국은행이 개장 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경상수지는 3년 만의 최대이자 역대 3위 규모를 나타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8000억원에 육박하는 순매수를 기록했고, 코스피는 1.3% 상승했다.
주간 기준으로 달러/원 환율은 21.1원 하락하며 5주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